EP.1 (2025-Q3)

아이디어는 어떻게 돈이 되는 기획으로 바뀔까

Table of Contents

우리의 브라우저 북마크는 과연 '자산'일까요, 아니면 '부채'일까요?

개발자라면 '기술 부채(Technical Debt)'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당장의 빠른 개발을 위해 타협했던 코드가 미래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오는 현상이죠.

저는 우리가 무심코 쌓아두는 북마크에도 이와 똑같은 개념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정보 부채(Information Debt)' 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저장하는 그 순간, 우리는 '언젠가 읽고 정리하겠다'는 의무를 미래의 나에게 떠넘깁니다. 링크가 50개, 100개, 500개로 쌓일수록 이 부채의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결국 우리는 정보의 파산, 즉 '찾기를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죠.

제가 이번에 만들어볼 스타트업은, 바로 이 '정보 부채'를 관리 가능한 '정보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도전입니다. 늘 제 여정을 응원해주시는 여러분께, 이 도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첫 기록을 공유합니다.

(참고: 이 기획은 '스타트업 기획 시 꼭 피해야 할 5가지'의 내용을 적극 반영했습니다)

그럼,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1. 모든 것은 '나의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제 브라우저에는 '언젠가 읽겠지', '업무 레퍼런스', '영감' 같은 이름의 북마크 폴더들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문제는 이 폴더들이 잘 정리된 책장이 아니라 혼돈의 디지털 서랍이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분명히 저장해 둔 '리액트 상태 관리 라이브러리 비교' 아티클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기억나는 건 'Z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는데...' 같은 희미한 단서뿐. 결국 10분 넘게 북마크 폴더를 뒤지다 포기하고, 다시 구글에 'react state management library'를 검색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 경험은 제게 단순한 시간 낭비를 넘어,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불안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보를 '소유'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제가 해결하고 싶었던, 저의 가장 솔직한 '문제의 시작' 이었습니다.

2. 이 문제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혹시 나만 이런가?"

가장 먼저 든 의문이었습니다. '나만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로 했습니다. 저는 국내외 개발자, 기획자 커뮤니티를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어 

    • 북마크 자동 분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한 후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글에서는 크롬 북마크 동기화 오류와 중복 문제로 고통받는 실무자의 경험담이 담겨 있었죠.

  • 영어 

    • Reddit에서 "다들 북마크 관리하는 기발한 방법이라도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폴더, 태그, 노트 앱 등 저마다의 노력이 댓글로 이어졌습니다.

  • 일본어 

    • "북마크 관리를 Notion으로 옮겼더니 편해졌다"며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수많은 링크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필터링하고 정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깊은 공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탐색을 통해 저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보를 다루는 모든 지식 노동자들의 보편적인 고통, 즉 '우리'의 문제였습니다.

3.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시장은 어떻게 풀고 있을까?

"좋아, 문제는 확실해. 그럼 분명 누군가 이미 해결책을 만들었을 거야."

저는 곧바로 시장에 나와있는 주요 탭·북마크 관리 툴들을 샅샅이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 OneTab

    • 모든 탭을 목록으로 바꿔 메모리를 아껴주는 단순함이 매력적, 데이터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고 광고가 붙었습니다.

  • Workona

    • 탭들을 '프로젝트'나 '컬렉션' 단위로 묶어주는 '워크스페이스' 개념이 인상적. 협업에 강점.

  • Raindrop.io

    • 아름다운 UI와 함께 태그, 폴더 기반의 체계적인 정리를 지원하며, 여러 디바이스에서 동기화.

    • Pro 버전에서는 더욱 다양한 기능 제공. AI 태깅, Full-Text 검색 등

  • Diigo, Glasp

    • 페이지에 직접. 하이라이트를 하거나 스티커 메모를 붙이는 등, 적극적인 '지식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정리'와 '분류'의 문제를 풀고 있었습니다. 트렌드는 명확했습니다.

AI를 활용한 자동 태깅, 컨텍스트 중심의 워크스페이스화, 북마크를 넘어선 지식 관리 기능의 통합.

시장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었습니다.

4. 알려진 문제, 그러나 비어있는 해결책

탐색의 결과, 시장은 흥미롭게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Raindrop.io와 같이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안정적인 기존 서비스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북마크를 '정리'하는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하고 있었지만, AI를 활용한 '기억'의 영역에는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고민했던 'AI 시맨틱 검색'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새로운 실험적인 제품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존재는 제 아이디어가 단순한 망상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죠. 하지만 동시에, 대부분 1인 프로젝트이거나 업데이트가 활발하지 않아 '지속 가능한 서비스'라고 보기엔 아쉬운 점들이 보였습니다.

이 두 그룹의 존재는 저에게 명확한 시장의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존의 강자들은 '북마크 관리' 시장이 유료 고객을 가질 만큼 성숙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새로운 도전자들은 'AI 기반의 기억'이라는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문제는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결정적인 해결책'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최초' 가 아니라, '누가 더 꾸준하고, 더 완성도 높게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주는가' 하는 '실행력' 의 문제였습니다.

제가 도전할 지점은 명확해졌습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과 개선을 통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억의 도구' 를 만드는 것. 사용자의 '정보 부채' 문제를 다른 누구보다 더 잘, 그리고 더 오랫동안 책임지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5. 아이디어를 코드로, 첫 번째 설계도

이제 '왜(Why)'에 대한 탐색을 마치고, '어떻게(How)'의 영역으로 들어갈 차례입니다.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위한 첫 번째 설계도를 그렸습니다.

이 설계도의 목표는 "사용자가 저장한 링크의 내용을 기반으로, 자연어(일상 대화)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즉시 찾을 수 있게 한다" 는 핵심 경험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만들 것: MVP

모든 기능을 다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사용자가 경험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1. 원클릭 저장 및 즉시 검색 (크롬 익스텐션): 정보 수집의 시작점입니다. 사용자가 웹 서핑 중 "아, 이거!" 하는 순간,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정보를 손쉽게 내 'inbox'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찰은 제로에 가까워야 합니다. 또한, 익스텐션에서 바로 검색해서 저장된 북마크를 조회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링크를 찾아 쓰기 위해 굳이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허들입니다.

  2. AI 기반 자연어 검색: 이번 프로젝트의 심장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모호한 기억에 의존해 "지난달에 봤던 'Next.js 렌더링 최적화' 관련 글 찾아줘"라고 물었을 때, 찰떡같이 찾아주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MVP 단계에서는 비용과 안정성을 고려해 월간/일간 검색 횟수에 제한을 둘 것입니다.

  3. 웹 대시보드: 저장된 링크들을 확인하고, AI 검색 및 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홈 베이스'입니다. 복잡한 기능보다는 저장된 링크 목록과 강력한 검색창 하나에 집중합니다.

기능 우선순위

핵심 경험을 중심으로, 개발할 기능들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 P0 (반드시 포함될 MVP 기능)

    • 소셜 로그인: 가입 허들을 낮추기 위한 구글/깃허브 등 소셜 로그인 연동.

    • 크롬 익스텐션: 원클릭 링크 저장 및 검색 기능.

    • 웹 대시보드: 저장된 링크 목록 확인 및 AI 검색 실행.

    • 제한된 AI 검색: 핵심 가치 검증을 위한 제한된 횟수의 검색 기능.

    • 기본 관리: 링크 삭제 및 수정.

  • P1 (MVP 이후 빠르게 추가할 기능)

    • 폴더/태그 분류: AI 검색이 핵심이지만, 여전히 수동 정리를 선호하는 사용자를 위한 기본 기능.

  • P2 (미래/프로 플랜 기능)

    • 링크 자동 요약: 저장된 링크의 내용을 세 줄 요약으로 보여주는 기능.

    • 웹페이지 하이라이트: 본문에서 중요한 부분을 하이라이트하고 저장하는 기능.

    • 데이터 백업/복원: 사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내보내고 가져올 수 있는 기능.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계획: Free vs Pro (가안)

초기 스타트업에게 비용 관리는 생존과 직결됩니다. 동시에 사용자가 부담 없이 핵심 가치를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요금제 모델을 아래와 같이 구상했습니다.

  • Free Plan (무료):

    • 저장 방식: 제한된 링크 저장 횟수 제공

    • AI 검색: 월 제한된 횟수 제공

  • Pro Plan (유료):

    • 저장 방식: 클라우드 DB에 무제한 영구 저장.

    • AI 검색: 무제한.

    • 추가 기능: 향후 개발될 링크 요약, 하이라이트 등 모든 고급 기능 포함.

이 구조를 통해 사용자는 무료로도 서비스의 강력함을 충분히 느끼고, 데이터가 쌓여 더 깊은 활용이 필요해지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유료 전환을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설계도를 현실로 만들어 줄 구체적인 기술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해답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이 첫 번째 설계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기능을 가장 먼저 기대하시겠어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줍니다.

오늘 뉴스레터, 도움이 되었을까요?
💬 질문이나 제안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Simon Jo | SwitchUP AI

Reply

or to participate.